2011년 8월 7일 일요일

[만약 고교야구 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면 - 이와사키 나쓰미]을 읽고.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어떻게 될까.

예상하듯이 피터드러커의 매니지먼트라는 책에서 진정한 깨달음을 얻어 약체 팀을 우승시키고,  스스로도 한 단계 성장하게 된다... 라고 이 책은 얘기한다. 뭐 굳이 스포일러도 아니라서 결말을 썼다. 아마 이 책의 표지 그림, 그리고 책 뒤에 써 있는 양준혁, 전현무의 소개글만 봐도 이와 같은 전개와 결말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피터드러커의 매니지먼트라는 책을 잘 만 활용하면 일개 여자 매니저가 팀을 바꿔놓고 우승까지 시킬 정도로, 매니지먼트는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 쉽게 썼기 때문에 빠르게 술술 읽히고,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서술 구조를 따라가기에 읽는 데 부담감이 없다. 조금 유치하긴 해도, 재미는 보장되어 있다.

이 책에서 주인공 카와시마 미나미는, 우연한 계기로 야구부 매니저가 되어,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 라는 책에 나와있는 원칙들을 야구부에 적용한다. 그 적용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야구부의 고객은 누구일까 : 야구부의 고객은 야구부원 및 학교 임직원들이다.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야 한다.

2. 야구부의 고객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 1대1 면접을 통해 무엇을 원하는 지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3. 어떻게 하면 동기 부여가 될까 : 책임을 주고 보상을 하며 성과를 측정해 제시해서, 동기부여를 한다.

4. 이노베이션 : 고교야구계에 만연한 관습이 뭔지를 살펴보고 다른 방안을 제시한다.

이외에도 만능 매니저 미나미가 한 일은 너무나 많지만, 주요 활동분야는 위에 4가지 정도다.


이제 좀 안 좋은 얘기를 하자면.
첫째로 너무 일이 잘 풀린다. 이 한 권만 읽으면 누구나 매니지먼트를 활용해서 내일부터 나와 내 조직이 직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그것은 이 책이 '이러이러한 원리를 이용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소설을 써야겠다!' 라는 플롯을 먼저 짜놓고 써서 그런면이 크다. 이 책에서 가장 큰 전환의 계기가, 부원들과의 면담인데. 신기하게도 부원들은 그 속을 솔직하게도 잘 털어 놓는다. 그리고 미나미는 바로바로 솔루션을 찾아내고, 그 솔루션은 실패하는 일 없이 용케도 잘 먹힌다. 그런데 어디 사회가 그리 만만한가. 회사에서 부장이 면담하자고 할 때 속을 모두 다 드러내놓는 직원이 몇이나 있을까. 아님 당신 밑에서 일하기 너무너무 싫어요 하면 바로 완벽한 솔루션을 내놓는 부장은 과연 몇명이나 있을까. 매니지먼트라는 건 책 한번 읽었다고 바로 현실에 모든 답을 내줄 수 있을만큼 만만한 분야가 아니다.

둘째로 너무 왜색이 짙다. 왜색이라기 보다는 모에;화가 좀 심한데. 이 책을 간략히 줄이면 경영학의 모에 버전이라 할 수 있겠다. 모에라는 게 어떤 건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예를 들자면 밑의 그림.



수학교과서에 2D 미소녀 캐릭터들이 나와서 간지러운 말투로 설명해주는 일본 수학교과서처럼, 이 책도, 삽화는 표지 단 한 컷이긴 한데, 위의 수학교과서를 보는 느낌이 든다; 좋은 점은 어려운 내용이 쉽게 읽힌다는 점이고 나쁜 점은 깊이가 그만큼 얕다는 점이랄까. 물론 이 책이 경영학의 모든 것을 커버하지 않는다는 점을 얘기하려고 저자는 항상 가장 중요한 건 '진지함' 이다라고 강조는 해둔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재밌다. 헌데 이 책만 가지고 경영학에 자신이 생겼다! 라고 얘기하면 절대 안되고, 가장 좋은 반응은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라는 책이 그렇게 대단해? 한 번 읽어봐야겠는데? 일 것이다. 

자 그럼, 나도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라는 책을 읽어봐야겠구나.  

2011년 8월 2일 화요일

[분노하라 - 스테판 에셀]을 읽고.


몇년 전부터 티비에서 우스갯소리로 하는 소리가 있다. 

"저는 불의를 보면 잘 참아요 하하하하" 

옛날에 이런 소리를 티비에서 했으면 어땠을까. 원래 우리나라는 불의를 보면 잘 참지 않는 나라였다. 4/19 의거가 그랬고 광주 민주 항쟁이 그랬고 일제 강점 시대에 독립운동이 그랬다. 허나, 근래에 들어, 특히 광복 이후로,  의로운 행동을 하면 불이익을 받고 제 앞가림에나 열심이었던 사람들이 잘 살게 되는 불합리를 지켜보면서, 점점 불의를 보면 잘 참게 된 거 같다. 

그런 우리들에게, 이 책은 짧게 물어본다. 그렇게 살면 행복하냐? 

레지스탕스 단원으로서, 

1. '모든 시민에게, 그들이 노동을 통해 스스로 살길을 확보할 수 없는 어떤 경우에도 생존 방도를 보장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보장제도의 완벽한 구축'
2. '경제계, 금융계의 대재벌들이 경제 전체를 주도하지 못하게 하는 일까지 포함하는 진정한 경제적/사회적 민주주의 정립'
3. '파시스트 국가들의 모습을 본떠 구축된 전문적 독재에서 놓여난, 일반의 이익을 특정인의 이익보다 확실히 존중할 합리적인 경제조직'
4. '언론의 자유, 언론의 명예,ㅡ 그리고 국가, 금권, 외세로부터 언론의 독립' 
5. '프랑스의 모든 어린이가 가장 발전된 교육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 이상을 이루기 위해 투쟁하고, 현실이 부당하게 흐를 때 분노하며 현실에 참여해온 저자 스테판 에셀은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할 줄 알아야 인생이 행복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현실에 외면한 채 애써 자기 삶에만 집중하고 사회가 망가져가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잊으려 사는 것보다, 현실에 참여해서 내가 사는 세상 전체가 더 좋게 만드는 것이 더 행복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교육에서의 양극화는 심해지고, 대기업-중소기업간 격차는 나날이 늘어가고, 언론은 정부의 시녀역할만 한 채 정부에 쓴소리좀 할라고 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서 겁주기 바쁘고, 소득격차는 늘어가는데 이를 보완할 사회보장제도는 약해지고 있고. 세상 이래서 좋아질 수 있을까? 체념할 필요는 없다. 

스테판 에셀은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 죽을 뻔한 고비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적도 있고, 한 평생 살아오면서 적도 많았고, 절망의 순간도 있었고, 어리석은 일을 저지른 적도 있다. 하지만 낙천적이다. 세상은 좋아질 것이라 믿고 있다. 왜? 스테판 에셀이 젊을 때, 나치처럼 학살을 저지르던 암흑의 시대에서 UN에서 인권을 선언하는 세상으로 바뀌지 않았는가?  

분노하고, 현실에 참여해서 바꾸려고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스스로의 삶으로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투표로 참여하고,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힘들게 싸우는 사람들을 응원해줄 수 있을 때, 사회가 바뀐다. 그리고, 아무리 화나더라도 비폭력으로. 폭력은 결국에 가서는 효과가 없다.  

분노하라. 세상이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