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일 토요일

[닥치고 정치 - 김어준] 을 읽고


요새 팟캐스트 다운로드 순위를 보면, 1위가 딴지라디오-나는 꼼수다 3위가 김어준의 뉴욕타임스(Video) 6위가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 7위가 김어준의 뉴욕타임스(Audio).  10위 안에 4개가 김어준이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나는 꼼수다는 무려 오디오부문 팟캐스트 다운로드 세계 1위다. 그런 김어준이 책을 냈다. 닥치고 정치.    


예약 구매로 샀더니, 초판 한정 선물인지 김어준 싸인이 되어있다. ㅋㅋ


이 책은, 원래는 조국 교수가 쓴 진보집권 플랜을 보고 조국 교수를 후방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였으나, 조국 교수 인기가 생각보다 빨리 사그라들자 방향을 바꿔서 지금 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하는지 지승호의 인터뷰 형식을 빌려 김어준의 화법으로 역설한 책이다.

사실 조국 교수 관련된 내용은 맨 앞에 30페이지뿐. 나머지 300 페이지는 정말 울트라 스펙터클 정치 서스펜스 쇼다. 내용은 거의 나는 꼼수다에서 설명된 내용이지만, 그래도 다시한번 김어준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일단 1장에서 자기가 정의하는 좌/우의 정의를 설명한다.
2장에서는 1장에 설명한 설명을 바탕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비리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BBK, 청계재단을 짚고 넘어간다.
3장에서는 삼성을 깐다. 삼성의 순환출자를 이용한 상속비리, 검찰을 지배하는 삼성의 꼼꼼한 관리, 그리고 삼성에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가에 대해 설명한다.
4장에서는 심상정, 이정희, 노회찬, 민주당, 민주 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진영에 대해 살펴본다.
5장에서는 박근혜를 중심으로 한나라당을 들여다 보고, 마지막으로 6장에서 문재인을 중심으로, 다음 대선을 전망하며 책이 끝난다.

이 책을 읽으며 2가지 점에서 놀랐다.

일단 김어준의 통찰이 놀랍다. 50 페이지에 걸쳐 옛날 유인원 시절을 상상해가며 진화론을 끌어들여 좌/우를 구분하는 그의 논리는 이거다. 좌/우는 이념으로 갈리는 게 아니고, 그냥 타고 나는 거다. 지금 이념을 가지고, 논리를 가지고 좌/우를 설명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거다. 또, 오로지 이 50페이지에 걸친 자신만의 논리로 나머지 300페이지를 설명하기 때문에, 기존 언론의 프레임에서 완전히 독립한다. 10년 전 딴지일보를 설립할 때도, 이번에 나는 꼼수다로 성공을 거둘 때도, 언제나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성공한 그 저력이 이 책에서 보인다.

게다가, 이 김어준만의 프레임이 매우 설득력이 있다. 논리로 좌/우를 설명하는 것도 의미가 없고, 선거를 설명하는 것도 역시 의미가 없다. 이 세상은 논리가 아니라 정서로 움직이는 거다. 철저히 유권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이 점을 가지고 김대중-노무현-이명박의 시대를 설명하며, 앞으로의 예상을 펼쳐내는데, 거의 다 설명이 그럴싸하다. 논리를 가지고 일단 우리편 좋은 편 상대편 나쁜 편 갈라놓고 시작하는 게 아니고, 정서의 관점에서 상대편이 어떻게 느끼는지, 왜 그렇게 느끼는지. 또 우리편은 어떻게, 그리고 왜 그렇게 느끼는지에 대해 직관적이고도 논리적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그의 통찰력이 꽤나 놀랍다. 실제로 이 책은 지승호와 2011년 5월에 6번에 걸친 인터뷰로 만들어낸 책인데, 홍준표의 한나라당 당선, 오세훈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등등 그 당시 예측한 것들이 거의 다 맞아떨어졌다.

또 하나 놀란 점은 김어준의 깡이 정말로 대단하다는 점이다. 이 책에 익명으로 거론하는 사람 단 한 명도 없다. 전부다 실명으로 거론하고 깔 때는 정말 대차게 깐다. 나름의 팩트와 자기의 추정을 구분해 가면서. 보다보면 속이 후련한 느낌과 이거 김어준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동시에 든다.

결론적으로, 그의 대부분의 의견에 동의한다. 정치는 생활이다. 지금처럼 생활이 힘든 것은 결코 개인만의 잘못이 아니다. 정치를 잘못한 탓이 크다. 지금은, 닥치고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할 상황이 맞다.

더불어, 이 정도의 현상분석력과 용기를 가진 김어준이라는 존재와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딴지일보 서버 해킹도 그렇고 요새 여기저기서 김어준한테 기술 들어가는 거 같은데, 제발 김어준을 내버려 둬라. 나꼼수, 뉴욕타임스, 색다른 상담소는 요새 내 삶의 낙이다. 내 낙을 뺏어가지 말란 말이야. 그리고 김어준의 말대로, 권력이 화내면 쪼잔해 보이자나.

마지막으로, 이 긴 책의 맨 끝 2페이지에 있는 마무리 글에 동의한다.


 당신, 정말로 잘 생겼다. 단지 Handsome보다는 Well-Made 쪽에 가깝지만. ㅎㅎ


PS.  이 책에 숨겨놓은 보너스 요소 같은 게 있는데, 왼쪽 페이지에는 아래 사진처럼 닥치고 정치라고 써져있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페이지 번호가 매겨져있다.



근데 300페이지 에는 웃어! 라고 되어있고, 304페이지에는 울어! 라고 찍혀있다. 대충 쫄지 말고 마음껏 감정을 표시하라라는 메세지 인거 같은데, 굳이 300,304페이지에 이걸 찍어놓은 이유가 따로 있을까? ;





2011년 8월 7일 일요일

[만약 고교야구 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면 - 이와사키 나쓰미]을 읽고.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어떻게 될까.

예상하듯이 피터드러커의 매니지먼트라는 책에서 진정한 깨달음을 얻어 약체 팀을 우승시키고,  스스로도 한 단계 성장하게 된다... 라고 이 책은 얘기한다. 뭐 굳이 스포일러도 아니라서 결말을 썼다. 아마 이 책의 표지 그림, 그리고 책 뒤에 써 있는 양준혁, 전현무의 소개글만 봐도 이와 같은 전개와 결말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피터드러커의 매니지먼트라는 책을 잘 만 활용하면 일개 여자 매니저가 팀을 바꿔놓고 우승까지 시킬 정도로, 매니지먼트는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 쉽게 썼기 때문에 빠르게 술술 읽히고,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서술 구조를 따라가기에 읽는 데 부담감이 없다. 조금 유치하긴 해도, 재미는 보장되어 있다.

이 책에서 주인공 카와시마 미나미는, 우연한 계기로 야구부 매니저가 되어,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 라는 책에 나와있는 원칙들을 야구부에 적용한다. 그 적용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야구부의 고객은 누구일까 : 야구부의 고객은 야구부원 및 학교 임직원들이다.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야 한다.

2. 야구부의 고객은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 1대1 면접을 통해 무엇을 원하는 지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3. 어떻게 하면 동기 부여가 될까 : 책임을 주고 보상을 하며 성과를 측정해 제시해서, 동기부여를 한다.

4. 이노베이션 : 고교야구계에 만연한 관습이 뭔지를 살펴보고 다른 방안을 제시한다.

이외에도 만능 매니저 미나미가 한 일은 너무나 많지만, 주요 활동분야는 위에 4가지 정도다.


이제 좀 안 좋은 얘기를 하자면.
첫째로 너무 일이 잘 풀린다. 이 한 권만 읽으면 누구나 매니지먼트를 활용해서 내일부터 나와 내 조직이 직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그것은 이 책이 '이러이러한 원리를 이용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소설을 써야겠다!' 라는 플롯을 먼저 짜놓고 써서 그런면이 크다. 이 책에서 가장 큰 전환의 계기가, 부원들과의 면담인데. 신기하게도 부원들은 그 속을 솔직하게도 잘 털어 놓는다. 그리고 미나미는 바로바로 솔루션을 찾아내고, 그 솔루션은 실패하는 일 없이 용케도 잘 먹힌다. 그런데 어디 사회가 그리 만만한가. 회사에서 부장이 면담하자고 할 때 속을 모두 다 드러내놓는 직원이 몇이나 있을까. 아님 당신 밑에서 일하기 너무너무 싫어요 하면 바로 완벽한 솔루션을 내놓는 부장은 과연 몇명이나 있을까. 매니지먼트라는 건 책 한번 읽었다고 바로 현실에 모든 답을 내줄 수 있을만큼 만만한 분야가 아니다.

둘째로 너무 왜색이 짙다. 왜색이라기 보다는 모에;화가 좀 심한데. 이 책을 간략히 줄이면 경영학의 모에 버전이라 할 수 있겠다. 모에라는 게 어떤 건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예를 들자면 밑의 그림.



수학교과서에 2D 미소녀 캐릭터들이 나와서 간지러운 말투로 설명해주는 일본 수학교과서처럼, 이 책도, 삽화는 표지 단 한 컷이긴 한데, 위의 수학교과서를 보는 느낌이 든다; 좋은 점은 어려운 내용이 쉽게 읽힌다는 점이고 나쁜 점은 깊이가 그만큼 얕다는 점이랄까. 물론 이 책이 경영학의 모든 것을 커버하지 않는다는 점을 얘기하려고 저자는 항상 가장 중요한 건 '진지함' 이다라고 강조는 해둔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재밌다. 헌데 이 책만 가지고 경영학에 자신이 생겼다! 라고 얘기하면 절대 안되고, 가장 좋은 반응은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라는 책이 그렇게 대단해? 한 번 읽어봐야겠는데? 일 것이다. 

자 그럼, 나도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라는 책을 읽어봐야겠구나.  

2011년 8월 2일 화요일

[분노하라 - 스테판 에셀]을 읽고.


몇년 전부터 티비에서 우스갯소리로 하는 소리가 있다. 

"저는 불의를 보면 잘 참아요 하하하하" 

옛날에 이런 소리를 티비에서 했으면 어땠을까. 원래 우리나라는 불의를 보면 잘 참지 않는 나라였다. 4/19 의거가 그랬고 광주 민주 항쟁이 그랬고 일제 강점 시대에 독립운동이 그랬다. 허나, 근래에 들어, 특히 광복 이후로,  의로운 행동을 하면 불이익을 받고 제 앞가림에나 열심이었던 사람들이 잘 살게 되는 불합리를 지켜보면서, 점점 불의를 보면 잘 참게 된 거 같다. 

그런 우리들에게, 이 책은 짧게 물어본다. 그렇게 살면 행복하냐? 

레지스탕스 단원으로서, 

1. '모든 시민에게, 그들이 노동을 통해 스스로 살길을 확보할 수 없는 어떤 경우에도 생존 방도를 보장해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보장제도의 완벽한 구축'
2. '경제계, 금융계의 대재벌들이 경제 전체를 주도하지 못하게 하는 일까지 포함하는 진정한 경제적/사회적 민주주의 정립'
3. '파시스트 국가들의 모습을 본떠 구축된 전문적 독재에서 놓여난, 일반의 이익을 특정인의 이익보다 확실히 존중할 합리적인 경제조직'
4. '언론의 자유, 언론의 명예,ㅡ 그리고 국가, 금권, 외세로부터 언론의 독립' 
5. '프랑스의 모든 어린이가 가장 발전된 교육의 혜택을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 이상을 이루기 위해 투쟁하고, 현실이 부당하게 흐를 때 분노하며 현실에 참여해온 저자 스테판 에셀은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할 줄 알아야 인생이 행복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현실에 외면한 채 애써 자기 삶에만 집중하고 사회가 망가져가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잊으려 사는 것보다, 현실에 참여해서 내가 사는 세상 전체가 더 좋게 만드는 것이 더 행복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교육에서의 양극화는 심해지고, 대기업-중소기업간 격차는 나날이 늘어가고, 언론은 정부의 시녀역할만 한 채 정부에 쓴소리좀 할라고 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서 겁주기 바쁘고, 소득격차는 늘어가는데 이를 보완할 사회보장제도는 약해지고 있고. 세상 이래서 좋아질 수 있을까? 체념할 필요는 없다. 

스테판 에셀은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 죽을 뻔한 고비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적도 있고, 한 평생 살아오면서 적도 많았고, 절망의 순간도 있었고, 어리석은 일을 저지른 적도 있다. 하지만 낙천적이다. 세상은 좋아질 것이라 믿고 있다. 왜? 스테판 에셀이 젊을 때, 나치처럼 학살을 저지르던 암흑의 시대에서 UN에서 인권을 선언하는 세상으로 바뀌지 않았는가?  

분노하고, 현실에 참여해서 바꾸려고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스스로의 삶으로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투표로 참여하고,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힘들게 싸우는 사람들을 응원해줄 수 있을 때, 사회가 바뀐다. 그리고, 아무리 화나더라도 비폭력으로. 폭력은 결국에 가서는 효과가 없다.  

분노하라. 세상이 바뀔 것이다.  

2011년 7월 10일 일요일

[경제학을 리콜하라 - 이정전]을 읽고.


이 책은 고전 경제학의 거부들과 그들의 저서에 대한 소개를 해 준다. 애덤스미스, 데이빗 리카도, 칼 마르크스, 존 케인스 등등. 다른 경제학서와 다른 점은 이들의 저서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이었는지 설명하는 데 꽤나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는 점이다. 그 당시의 사회 상황, 어떤 부모 밑에서 어떤 유년기를 거쳤는지, 어떤 성격이었는지 돈은 많이 벌었는지. 그들의 이론에 대한 설명도 많이 있는데, 그래프와 수학적 기호는 최대한 제외했다. 이 책 통털어 수학식은 단 한번도 안나오고, 그래프는 경제학 교과서 맨 처음에 나오는 수요 공급 무차별 곡선 딱 한 번 나온다. 대신 그 이론들은 어떤 사회적 상황에서, 저자들의 어떤 주장을 얘기하기 위해 나왔는 지를 집중적으로 설명해준다. 내가 읽은 경제학서중에 가장 쉽고 재밌었다. 이 책을 교과서로 경제학 수업을 들었다면, 훨씬 재미있었을 것 같다. 400페이지나 되는데,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그럼, 이정전 교수님은 왜 경제학을 리콜하라 라고 외치시는 걸까.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시, 그것을 예측한 경제학자는 있었는가. 예측은 둘째치고라도, 지금 와서 제대로 원인을 분석하고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책을 세워주는 경제학자가 있는가. 없다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적어도 지금의 주류 경제학쪽에서는. 

그렇다면 주류 경제학은 왜 실패했는가. 그들의 가정 자체가 말이 안되는 면이 많다. 인간은 항상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걸 시장에 맡겨두면 보이지 않는 손이 인간의 이기심으로 가장 적절히 조절해서 최적의 균형을 찾아낸다고 생각한다. 결정적으로 사람이란 "돈=행복" 으로 쉽게 정의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사실 그렇지가 않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별로 생각하지 않고 결정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완전 경쟁 시장에서만 이상적으로 작동하는 메카니즘이다. 현실에서 완전경쟁시장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또, 사람은 그저 돈 하나만으로 행복해지는 존재가 아니다. 정의, 건강, 가족 등등의 여러요소가 복합적으로 인간의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 

가정이 틀렸으니 결론도 틀릴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수학적으로 세련되게 정리하고 슈퍼컴퓨터로 정리한 방대한 통계데이터를 제시하더라도 말이다. 가정의 불합리함이 현대 주류경제학의 가장 큰 약점이며, 경제위기를 예측하지 못하게 한 가장 큰 맹점이다. 

그런데, 이런 현대 주류경제학의 약점 및 한계를 이미 경제학의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과거 경제학 대가들이 이에 대하여 이미 자세히 설명했고, 조심하라고 경고성 발언도 많이 했었다. 경제학의 창시자로 추앙받고 있는 애덤 스미스, 경제학을 이론적 반석 위에 올려놓은 데이비드 리카도, 자본주의 시장의 정체를 근원적으로 파고든 카를 마르크스, 거시경제학의 지평을 연 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경제학뿐만 아니라 철학 및 인문학에 조예가 깊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돈에만 집중하고, 경제현상을 수학적으로 묘사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 왜 그런 경제적인 행동을 하는가, 어떤 경우에 행복을 느끼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 고민에 대한 대답을 경제학적인 용어로 풀어냈을 뿐이다. 이 고전들에, 현대 경제학의 나아갈 길이 있다. 

현대 경제학의 모토 - 열심히 일하라.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라. 그럼 너도 행복하고 경제도 성장하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돈이라는 것이다. 사실 자본주의에서는 돈이 정말로 제일 중요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지, 이렇게까지 사람을 소외하고 돈만 바라보는 경제학이 제공하는 프레임은 점점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사람을 바라봐야 할 때다. 돈 많이 버는 비인간적인 사회보다, 돈도 적당히 벌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경제학이 필요할 때다. 경제학을 리콜하라.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경제학이 필요하다.  



2011년 7월 3일 일요일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 김현철] 를 읽고.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에 매주 월요일 나 상담이란 코너에는 정신과전문의 김현철이 나와서 사람들의 고민을 정신의학적인 측면에서 분석하고 상담을 해주고 있다. 그런데, 꽤나 분석이 예리하다. 듣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상담도 자주 나오고, 아~~~! 그래서 그렇구나 하는 깨달음의 순간도 썩 자주 나온다. 그래서 김현철의 저서 불안하니까 사람이다를 사서 보게 되었다. 

책은 꽤나 어려운 얘기를 쉽게 잘 풀어냈다. 여러가지 사례들을 예를 들고, 잘 알려진 영화들을 차용해서 어려운 정신의학적인 설명들을 상징적으로 잘 풀어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내 나름대로 간추려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보다 못난 면을 가지고 있다. 남이 잘 안 되는 면을 보고 고소해하기도 하고,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의 불행을 바라는 순간도 있다. 비겁하다 못해 야비한 모습도 있고, 찌질하고 소심한 모습들도 있다. 이 외에 수 많은,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보다 못난 면들이 존재하는데, 이를 인정하지 못할 때 정신과적인 병리현상이 나타난다. 병리현상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남을 미워하거나, 자기자신을 비난하거나, 가상의 자기자신을 만든다거나, 세상에서 자기자신을 격리시킨다거나. 

즉, 날 것 그대로의 자기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난 그보다 나은 존재다라고 고집을 부리는 거다. 자기가 생각하는 그 모습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거다. 


2. 이런 못난 면들은 왜 생길까. 일부는 모든 사람이 겪는 것이고 일부는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에게 생긴다. 어려서 어머니가 없으면 내 자신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해체 불안, 어머니한테 버림받을 지도 모른다는 유기불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 이성의 부모를 성적인 상대로 생각하고 느끼는 죄책감, 이성의 부모를 쟁취할 수 없다는 좌절감- 등은 모두에게 존재하는 상처이자 못난 면이다. 반면 어릴 때 성적인 학대를 받았다거나, 형제 자식간 부모에게서 차별대우를 받았다거나, 그 외에 수많은 개인적인 트라우마들도 마음속의 상처로 남는다. 그리고 그 상처들은 내 자신이 그렇게 깊은 상처를 가졌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게 만들고, 항상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3.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이냐.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10의 가치가 있고, 실제의 나는 5밖에 안되더라도,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정신적인 상처의 치유가 시작된다. 단, 받아들이면서도 나는 왜 5 밖에 안될까라고 좌절하거나 자학하면 안 된다. 비록 나는 5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내 자신이 부끄럽지 않다라고 생각을 할 때 마음속의 깊은 상처는 치유가 비로소 시작이 되는 것이다. 

4. 결국, 연애 그리고 가족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나는 내가 10이라고 생각했지만, 5밖에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가장 큰 계기는 역시 연애다. 가장 내 맘대로 하고 싶지만, 가장 내 맘대로 안되는 연애를 하게 되면서 실제 자기를 깨닫게 된다. 아. 나에게도 이렇게 찌질한 면이 있구나. 그리고 그 때 변함없이 나를 사랑해 주는 가족이 있을 때, 비록 난 생각보단 조금 찌질하더라도, 그 자체로 가치가 있구나.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구나. 라고 자존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5. 30년을 넘게 살아도, 아직까지 정확히 나를 모른다. 그만큼 자기자신을 아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무의식중에 존재하는 방어기제때문에, 내 생각보다 못난 면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고, 그 못난 면을 인정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러니까, 연애랑 여행이랑 무모한 도전을 많이 해야하는 거다. 죽을 때까지 완전히 알기 힘든 자기자신을 더욱 더 많이 알수 있도록.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는 미리 갖추고 여행을 떠나야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함께 해주고, 항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살아야하는 것도 물론이다.


매일매일 자기자신에게 실망하고, 내가 이래서야 뭐 어떻게 성공하겠냐 불안하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다.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그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라서 사랑스럽다.  나를 사랑할 용기만 있다면, 내 인생은 조금 불안해도, 불안한 채로 행복한 인생인거다.

2011년 6월 26일 일요일

[레알 청춘- 청년유니온] 을 읽고.


대학 등록금 때문에 시위가 계속이다. 
반값으로 내려달라고 청년들이 외치는 중이다. 
학자금 대출로, 아르바이트로 간신히 간신히 등록금을 대고 대학을 졸업해봐야, 정규직에 들어간다는 보장도 없고, 남은건 대학교 졸업장과 함께 언제 갚을 수 있을지 모르는 수천만원의 은행빚뿐이다. 사정이 어려운 건 대학생뿐만은 아니다. 이 책에 소개된 11명의 청년들 모두 사정이 어렵다. 종합격투기 준비중인 청년, 남대문시장 도매점 배달원, 연극배우 지망생, 만화작가, 임용고시 준비생, 지방대 취업준비생, 공기업 계약직, 학원 강사, 방송작가, 비정규직 연구원, 방송국 시설 관리 파견 비정규직 청년들 모두 힘들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생활은 힘들다.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엔, 미운 털이 박혀 고용주에게서 해고당할까 모르는 그 두려움이 너무 크다. 


88만원 세대가 처음 나오면서 우리 젊은 세대들에 대한 담론이 세상으로 나왔다. 세상에 반응은 여러가지다. 원래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그런거라고 하기도 하고. 너네가 준비를 안해서 그렇다고 깎아내리기도하고. 20대 개새끼론이라는, 너네가 못나서 그렇다는 소리도 있고. 이런 20대에 대한 평가에 대한 문제는,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내린 평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20대를 하나의 개념으로 보고, 뭉뚱그려서 봐서, 평가가 추상적이기에 그들의 아픔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근데 그 평가자들도 그렇게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20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통계에 나와 있는 숫자가 아닌 살아있는 이야기를.



그래서, 청년들이 모여서 청년 유니온을 조직하고. 가장 먼저 한 일 중에 하나가, 이 레알청춘이라는 책을 써낸 것이다. 청년들이 어떻게 일하고, 꿈꾸고, 저항하고 있는 지 생생하게 담아서 세상에 외치고 있다. 나 이렇게 산다고. 힘들게 그렇게 산다고. 너무 처절하지도 않고, 너무 비관적이지도 않으며, 너무 낙관적이지도 않다. 그저 담담하게 지금을 사는 청년들을 묘사한다. 너무 생생해서, 가끔은 읽다보면 좀 아프기까지 할 정도로 말이다. 


세상은 옛날과 바뀐지 오래다. 옛날처럼 위에서 청년문제를 해결하라 한 마디 한다고 고쳐지는 세상이 아니다. 청년문제가 어떤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청년들이 우리 이렇게 힘들다고 얘기를 하고, 그 얘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 청년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청년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다. 내 친구의, 내 동생의, 누군가의 딸자식의 이야기이고,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다. 이 책을 보고 주위 청년들이 어떻게 힘든지 관심을 갖자. 청년들의 문제를 더 많은 사람들이 귀기울여 들어줄 때, 등록금 문제, 취업문제, 비정규직 문제, 이 모든 문제들이 풀릴 수 있는 실마리가 잡힐테니 말이다. 

힘내자, 레알 청춘들이여. 


2011년 6월 19일 일요일

[하우스 푸어 - 김재영] 을 읽고.


1. A라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자기돈 2억에 전세를 끼고 전세금 4억에 은행 대출 4억. 10억을 주고 집을 샀다. 
그런데 지금 집 값이 7억으로 떨어졌다면? 
자기 돈 2억은 이미 날라갔고, 집을 팔아도 8억 빚을 다 갚지 못하며, 1억을 더 벌어서 갚아야 된다. 그런데 당장 대출이자 내기도 빠듯하다. 집은 무조건 오른다는 믿음아래 과도한 빚을 지고 집을 산 죄다. 상황이 이러니 집은 팔지도 못하고, 대출금 갚느라 생활이 빠듯한 사람들. 집 값이 오르지 않으면 답이 없는 사람들을 이 책은 하우스 푸어라고 부른다. 집이 있는데 가난한 사람들. 
이 책의 계산에 의하면 대충 수도권이 100만, 전국 200만이 하우스 푸어다. 


2. 하우스 푸어가 이렇게 많아진 것은 5군데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은행, 정부, 건설사, 언론사 4명이 분위기를 조성하고, 시민들은 이 분위기에 부응했다. 부동산만 영원히 올라준다면 이 게임은 5군데 모두가 행복한 최상의 게임이다. 건설사는 집지어서 비싸게 팔아 돈 벌고, 은행은 대출해주고 이자 벌어먹고, 언론사는 광고를 받아먹으며, 정부는 경제를 살렸다는 명분으로 대권을 잡는다. 소비자는 비싸게 사더라도 결국 더 비싸게 팔아서 이익을 남긴다. 

문제는, 부동산이 떨어지면, 일단 소비자가 다 뒤집어쓴다는 점이다. 하우스푸어가 되봐야, 아무도 구제해주지 않는단 말이다. 

3. 소비자는 자기돈 20원 빚 80원으로 집을 사는 위험한 게임을 왜 했을까. 첫 째는 그래도 집값이 올라서 돈을 벌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두 번째는 집은 꼭 있어야 한다라는 한국 사람특유의 집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하지만, 집값이 더 이상 오른다는 보장이 없는 시대, 대출을 껴서 집을 사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한 재테크 수단이 아니다. 20년 2억원 대출하는 경우와 9.3년 걸려 2억 원을 저축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2억 원을 20년 만기, 금리 6.5%, 거치기간 없는 원리금균등분할 상황 조건으로 대출 시 한달에 갚아야 할 원리금은 149만 1146원이다. 매월 149만 1146원씩 20년 동안, 총 3억 6000만원을 은행에 갖다 바쳐야 2억원 대출이 종결된다. 반면, 비슷한 액수인 140만 원을 한 달에 한 번, 4.8% 복리금리, 일반과세로 저축하게 되면 약 9.3년 후 2억 원가량을 모은다. 2억 원 대출을 갚으려면 약 3억 6000만원을 은행에 갖다 바쳐야 하지만 저축으로 2억을 모을 때는 약 1억 6000만원을 은행에 예금하면 2억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매월 같은 금액을 은행에 불입하더라도 9.3년과 20년이라는 엄청난 시간 차이가 발생한다. 

 금리가 올라가면 시간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4. 은행에 대출장사시켜주고 건설사 좋은 일 시켜서 남는 것은 20년 간 은행에 묶인 팍팍한 삶과 20년 늙은 시멘트 덩어리 집 하나 뿐이다. 집에 조금만 덜 투자하면, 대출끼고 사는 것보다 훨씬 많은 가처분 소득을 가지고 보다 많은 삶의 여유를 즐기며 살 수 있다. 부동산 불패의 신화는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사태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이 증명이 됐다. 부동산은 이제 무조건 승리하는 재테크의 수단으로, 인생의 희생을 담보로 들어가기엔 불확실성도 너무 크고, 희생의 댓가가 너무 크다. 나 자신이 하우스 푸어가 되기 싫은 사람, 당연히 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시기이다. 부동산은 '사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사는 곳'이다. 집은 인생의 가장 최종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 그저 내 삶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해야, 하우스푸어가 되는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딴지 라디오 - 나는 꼼수다.


http://itunes.apple.com/us/podcast/id438624412

업데이트 일시 : 매주 목요일
분량 : 1시간 안팎
주제 : 이명박 헌정방송. 시사관련 사항 전반을 다루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아주 집요하게 분석. 
출연자 : 진행 - 김어준 딴지 총수


해설자 - 정봉주 민주당 의원 전 17대 국회의원 트위터 : @BBK_Sniper



기술 및 프로듀스 - 김용민 전 교수 겸 시사평론가 트위터 : @funronga



조낸 재밌음. 뭣보다 욕이 난무해서 속이다 시원하다. ㅋㅋㅋㅋ
시간날 때 한 번 들어보시길. 

2011년 6월 12일 일요일

[슬랙(Slack) - 톰드마르코] 를 읽고.


Slack : 

명사[U], (참고: slacks)

1.(밧줄 등의) 느슨한[처진] 부분
There's too much slack in the tow rope.play
견인용 밧줄이 너무 많이 처져 있다.
2.(인력・금전・공간 등의) 느슨한 사용
There's very little slack in the budget.play
그 예산에는 느슨한 부분이 극히 적다.
3.분탄, 가루탄


이 책의 제목 Slack은 2번 뜻에 가깝다. 느슨한 사용. 혹은 느슨한 연결고리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용 절감" "효율적인 일처리" 회사에서 남아 도는 자원도 하나도 없게 하고 1분 1초라도 놀고 있는 직원이 없는 그런 회사. 그런 회사가 존재할 수 있을까? 혹여 존재한다면 그 회사는 성공적일까? 이 책의 저자는 이 물음에 대하여 강하게 아니다! 라고 외친다.

프로젝트 책임자라면, 그 프로젝트가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뤄지길 원한다. 모두모두 1분 1초라도 더 일하길 원하고, 단 한순간도 딴 짓하질 않길 바라며, 야근을 최대한 많이 해서 일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빨리빨리 완성되길 원한다. 즉, 최소한의 Slack, 궁극적으로는 Slack이 제로일 때 일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과연 그럴까?

Slack은 Slack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첫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이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반드시 어디선가 풀어야 된다. 아니면 쌓여서 어디선가 폭발사고가 일어난다. 슬랙은 다시 집중해서 일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시간이 된다.

둘째, 긴급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프로젝트 팀원이 모두가 100% 자기시간을 투자하여 일하고 있고, 프로젝트 전체에 Slack이 0 이라면, 갑자기 심각한 일이 일어났을 때 이에 대처할 자원이 없다. 하지만 Slack이 있었다면, 그 Slack 만큼을 긴급 사태에 돌려 대처할 수 있다.

셋째,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다. 계속 아무 생각없이 일해봐야 창의적인 발상은 나오지 않는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할까 궁리를 할 수 있는 Slack이 있을 때,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결론적으로, Slack을 너무 없애려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일어난다. Slack을 인정하고, 이를 현명하게 쓸 때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다.

대략 이런 내용의 책이다.

좀 너무 나이브한 서술이긴하다. 구체적인 수치나 근거, 실험자료는 거의 없다. 대신 생각해봐라. 모두가 바쁘면 일이 안된다니깐? 자 이런 사례를 생각해보자. 안되겠지? 고로 Slack이 중요해. 뭐 이런 식이라.

하지만 이 주장은 강력한 울림을 가지고 있다. 내가 프로젝트 수행하면서 느껴온 그런 점을 속시원히 긁어주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너무 효율적으로만 일하려고 한다. 더 중요한 건 효과적으로 일하는 건데. 큰 방향이 틀렸는데, 틀린 방향으로 효율적으로 일해봐야 결국 다들 고생만하고 욕 먹을 수 밖에 없다. 잠시 좀 쉬는 타이밍이 있어도, 최적의 방향을 잡아서, 가장 효과적이라는 루트를 결정해 놓는다면, 조금 더 편히 일하면서도 결과는 더 좋을텐데 말이다.

문제는, 내가 선택하는 길이 효과적이라는 보장이 없다. 프로젝트 매니저도, 본인이 자신이 없으니, 밑에 사람들이 열심히 일한다는 그모습에서 위안을 얻으려 한다. 아, 적어도 우리 프로젝트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구나.


프로젝트 매니저는 인정할 건 인정해야된다. 직원들이 모두 다 자기처럼 100% 프로젝트에 올인할 수 없고, 농땡이치는 직원들도 생기고, 프로젝트를 전체로 볼 때 어디선가 구멍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를 모두 없애려고 한다면 그냥 내부두는 것보다도 못한 부작용이 생긴다. 차라리, 그런 사람들에게는 그런 사람에게 맞는 역할을 배치하고, 프로젝트에 열정적인 사람을 알아보고 그런 사람에게는 좀 더 중요한 역할을 맡기는 것이 낫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휴식을 보장해줘야한다.


뭐 이런 프로젝트 매니저의 아집 외에도, 불합리한 갑을 관계라던가, 급변하는 세계 경제상황이라던가, 프로젝트 매니저가 프로젝트 구성원들을 죌 수 밖에 없는 수천 가지의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프로젝트 구성원들을 몰아쳐서 성공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들도 꽤나 있다. 하지만, 그 모델이 21세기에도 계속 성공할런지는 미지수다. 진정으로 프로젝트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어서 성공하는 프로젝트 매니저가 될라면, Slack을 부여하라. 21세기형 성공이 따라올 것이다.

2011년 6월 6일 월요일

[여행하면 성공한다 - 김영욱, 장준수] 를 읽고.


이 책은 간단명료해서 좋다.제목대로, 여행하면 성공한다는 얘기다.근거로, 여행을 해서 성공한 33인들의 위인들의 사례가 있고,여행을 하면 여러가지 능력들-자아 발견, 호기심, 통찰력, 열정, 자신감, 용기-이 계발되기 때문이란다.맞는 얘기다.


이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여행을 꽤나 다녔다.아버지를 따라 사우디아라비아, 나이지리아도 가 봤고, 대학 때는 유럽도 가 봤고, 친척들이 이민을 가 있는 뉴질랜드도 가 봤다. 이래저래 사고도 많이 치고 위기의 순간도 겪어가면서 한 번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나는 조금씩 여행하기 전보다 성숙해서 돌아왔었다.

업무 상 해외를 다녀 온 것도 여행으로 포함한다면, 미국은 출장 차 가봤고,가장 최근에는 파견 근무 차 일본을 다녀왔다.그리고 일본에 다녀온 경험이 나를 상당히 바꿔놨다.


2011년 3월 11일. 지진이 나던 날, 나는 요코하마에 있었다.그 순간, 살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나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그 때의 경험이 나를 많이 바꿔놨다.

3월 12일날 일본에서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모 커뮤니티에 내가 적어놓은 글이 있는데 그걸 아래 퍼왔다. 진짜로 상당히 무서웠었구나;



나는 작년 12월부터 일본 요코하마 츠루미라는 곳에서 파견 근무 중이다. 지난 4개월간 지진을 5번은 겪은 거 같다. 
적어도 1개월에 한 번씩. 보통 지진은 길면 1분정도, 짧으면 10초 정도. 같이 일하던 일본 사람들은 이골이 나서, 지진이 오면, 
" 어이, 지진이야~ 너도 느꼈어?"
"ㅇㅇ" 
하고 다시 일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 10초가 되게 무서웠는데, 이제는 무덤덤하다. 지진이 왔군. 

어제 4시경. 또 누군가 말했다. 
"좀 흔들리는 거 같지 않아?" 
"ㅇㅇ 좀 흔들리네. 지진인가?" 
그 때. 갑자기 건물에 전기가 나갔다. 싸이렌이 울리고, 
"긴급 지진 경보입니다. 대피해주세요" 
라고 일본어로 사내 방송이 나왔다. 캐비넷들이 덜컹 거리고, 땅이 좌우로 흔들려서 서있기가 힘들었다. 일단 책상 밑으로 숨었다. 너무 무서워서. 한 30초 간 이러다 죽겠구나 싶던데. 아무 생각도 안 났다.그러다 조금 지진이 약해졌다.  그래서 회사에 두고 다니는 여권을 가지고 외투를 챙겨서 건물 밖으로 뛰어 나왔다. 나오는데 보니깐 복도에 금이 가있더라고. 


나오자마자 한국에 전화를 했다. 아내한테 전화를 했는데, 보통 내 회사에서 받은 핸폰은 한달 3000엔밖에  충전이 안되서, 국제전화는 10분정도 밖에 못하니까. 원래 하던 것처럼 "전화해" 하고 끊었는데. 그 다음부터 전화가 안터진다. 후진 소프트 뱅크. 전화는 한 밤 9시쯤 되서야 다시 터졌다. 다행인건, 3g는 작동을 하더라고. 바이버로 전화는 잘 안됐지만, 카카오톡이랑 왓스앱은 잘 작동이 됐다. 그래도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계속 이쪽 상황을 문자로 보내서 일단 아내를 안심시켰다. 

나와보니 나같은 사람들이 먼저 많이들 나와 있었다. 다들 어찌해야되는지 모르는 채 웅성 웅성. 이 때는 그래도 가장 강렬한 지진파는 지나간 후. 회사 사람이 안내하는 대로 가장 가까운 공원으로 대피했다. 30분쯤 있었을 거다. 누군가 나와서 잠시 더 대기하라고 하더군. 그리고 한 10분 있다 그 사람이 다시 나와서 오늘은 No work이니 집으로 가라고 하더군. 윗사람이고 뭐고 너무 무서워서 인사도 안하고 일단 집에 왔다.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렀다. 전기가 나갔으니 손으로 장부를 적으면서 물품을 팔고 있더라고. 급한대로 물 3통 카스테라, 프링글스를 샀다. 그리고 집에 와서 캐리어에다가 대충 보이는 거 쑤셔 넣고 밖에 나왔다. 이미 거리는 대 혼란. 차라는 차는 거리로 다 나왔는데, 신호등은 전기가 나갔으니 작동하지 않는다. 교통 경찰이 수신호로 관리하지만 역부족. 오는 길에 어떤 상점에서 라디오를 틀어놧길래 좀 들었는데, 요코하마는 피난처가 요코하마 스타디움이라더군. 

여기서 요코하마를 갈라면... 츠루미-신코야스-히가시카나가와-요코하마. 지하철로 4정거장인데. 도로가 저 모양인데 택시로 가는 건 불가능해 보이고.걸어가자니, 지리를 모르겠다. 혼자 집에 도망나와버려서, 다른 회사사람들이랑은 전화기가 먹통이라 연락도 안되고. 무섭기도 하고, 뭘 어찌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요코하마 스타디움 가는 건 포기. 


날씨는 또 엄청 추웠다. 밖에 있으니 춥더라고. 그래서 내가 사는 맨션 1층에 들어가 있다가. 무서우니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더라고. 1층에 관리실에 보니 화장실이 있어서 거기 가서 일보고. 그래서 건물에 있다가 보면 20분에 한번씩 여진이 온다, 여진이 오면 무서우니까 밖에 나간다. 그러다 추우니까 건물로. 여진 나면 밖으로. 이 짓을 한 1시간 ~ 1시간 반 한거 같은데 이제 배가 고프고 힏믈더라. 일단 다시 가방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전기가 나갔으니 거리 전체가 암흑이다. 물론 내방도 암흑이다. 어디서 양초를 찾아서 양초에 불을 켜놓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여진은 계속 온다. 20분에 한번 30분에 한번. 다행히 7시 반쯤  사람들과 연락해서, 혼자 있으려니 넘 무섭고. 출장온 사람들이 묶는 호텔에는 비상전력으로 전기가 들어와 있다길래. 아까 사온 먹을 거를 가지고 거기로 가서 합류했다.

결국 9시 정도에 거리에 전기도 들어오고, 티비로 방송을 다 같이 보며 사람들과 연락도 다 되고. 전화도 되고.무서워서 잠을 과장님 방에서 같이 잤다. 

오늘 아침엔 전차가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가게들도 대충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아 ㅅㅂ 지금 글 쓰는 이 순간에도 여진이 왔다 -_- 3월 31일에 집에 가기로 되어있는데. 무서워서 빨리 집에 가야겠다. 





꽤나 긴박하지 않은가?; 다행히도, 무사히 잘 돌아왔다. 하지만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그 순간 난 너무 억울하더라. 내가 좋아서 한 일을 하다 죽는 것도 아니고. 돈 벌러 왔다가 이렇게 죽긴 너무 억울하더라. 결혼한지 1년도 안 됐는데. 애기도 못 낳았는데.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너무 많았는데.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항상 현재에 충실하며 살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자.

이렇게 가치관이 바뀐 것을 참으로 다행으로 여긴다.그리고, 나는 가치관이 바뀌어서, 가치관이 바뀌기 전보다 성공할 거 같다. 뭣보다, 예전보단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 같다.

이런 가치관의 변화는 지진이 없었다면, 내가 죽을 뻔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일본에 오지 않았다면, 여행을 오지 않았다면 없었을 것이다. 여행은,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결코 얻을 수 없는 그 무엇을 준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것이리라. 


여행하면 성공한다는 이 책의 주장은 몇 번을 곱씹어 봐도, 맞는 얘기다.인생은 어차피 하루하루가 여행이거든.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P.S 저자가 후배여서, 책을 사들고 가서 직접 사인을 받았다. 젊은 나이에 자기 이름을 낸 책을 내고, 자기가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 전진하는 그 패기가 멋있더라. 너도 나도, 여행해서 성공하자. ㅎㅎㅎ

2011년 5월 29일 일요일

[스타트업 바이블 - 배기홍] 을 읽고.

회사원 3년차.사춘기의 절정기를 보내고 있는 나는.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나 MBA가 가고 싶어졌다.그래서 구글 알리미로 MBA로 검색 된 결과들을 구독해서 보고 있는데.어쩌다 걸린 기사가 이 책에 관한 소개기사였다.왠지 모르겠는데 책이 그럴싸해보여서 오늘 사와서, 오늘 다 읽었다.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경영과학을 전공하고, 와튼 경영대학원 MBA를 다니다가, 뮤직쉐이크라는 스타트업 회사에 뛰어들어 일하고 있는 배기홍이라는 저자가 쓴 책이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 회사들이 어떻게 해야 좀 더 잘할 수 있을지를 썼다. 왠지 끌려서 사 봤는데, 역시 돈이 아깝지 않은 좋은 책이었다. 뭐 어찌 보면 뻔한 내용이다.초기 창업에 가장 큰 3요소는 아이디어, 돈, 사람인데 그중에서도 사람이 젤 중요하다라는.



그래도 투자를 받는 방법이라던가, 초기 조직 운영이라던가 등은 자신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서술해서 나중에 혹 내가 직접 창업을 하게 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장에 잘 꽂아 두었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다시 한 번 한 줄 한 줄 자세히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런 창업에 필요한 요소라던가, 주의해야 될 점이라던가. 그런 것보다 가장 인상이 깊었던 건, 저자의 책임감. 일을 대하는 자세였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주는데, 구글 유투브와 협업하기 위해 담당자와 미팅을 했던 내용이 있다.

어떻게 담당자를 만난 후, 연결이 될 때까지 일주일 동안 열다섯 통의 이메일을 보내고, 음성 사서함에 여섯 건의 메세지를 남겼고, 비서와도 세번이나 통화를 했댄다. 결국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지금은 바쁘니 두 달 후 다시 연락하자"는 내용이었댄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딱 30분만 시간을 달라고 졸라서, 마침내 유투브 본사에서 미팅을 성사시켜 결국 사업제휴를 이끌어 냈댄다. 

그리고 나중에 담당자가 우스갯소리로 이렇게 얘길 했댄다. "기홍, 뮤직쉐이크가 이렇게 빨리 우리와 일하게 될 줄은 몰랐다. 모두 뮤직쉐이크의 좋은 음악과 기술 덕분이다. 그리고 이렇게 첫 단추를 채웠으니 이제는 날 좀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어. 네 전화번호 뜨는 것만 보면 무서우니까 말이야." 



나는 지금 회사에서 일을 대하는 자세가 애매하다. 나름 관리직이라, 직접 하는 일은 별로 없고, 남들이 일을 제 시간에 하도록 관리를 해야된다.이게 문제가 뭐냐면. 사건 사고가 터지면 책임을 내가 져야된다는 거. 일은 내가 한 게 아닌데. 또 사건 사고가 터져도 결국 내가 그 일을 직접 자료를 만들고 처리하는 게 아니고. 다시 그 부서에다가 처리하라고. 자료 만들라고 지시를 내려야한다. 이게 참 고역스러운 프로세스다. 일은 해결은 해야되고. 해당 부서에서는 내 책임 아니라고. 못하겠다고 그럴 때도 많고. 게다가 난 사원 3년차인데, 보통 실무부서 엔지니어는 차 부장급.적어도 과장은 이상이니. 윗사람에게 싫은 소리하기 싫어하는 내 성격에 참 안 맞는 일이다. 그래서, 결국 100% 내 실력을 내기보다는 면피할 정도만 하면서 근근히 회사를 다니는 중인데. 이게 참 불행한 일이거덩. 


근데 배기홍씨의 저런 자세가 참 인상 깊다. 그 사람이라고 15번 메일 빠꾸 맞는게 기분이 좋을까.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 성과를 내는. 일에 대한 책임감. 사명감. 


내 일이 좀 나랑 안 맞는 면이 있다한들, 세상 어떤 직업이던 행복하기만한 직업이 있을까. 
나도 열심히 하면 지금보다는 내 일을 좀 더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나에겐 저런 책임감, 사명감이 잘 안 생긴다. 내가 지금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월급을 주니까. 대기업이니까 안정되어있으니까. 면피성으로만 일을 하는데. 나도 꽤 주체적으로 일하는 거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이렇게 수동적으로 사는 내 모습이 참 싫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고. 


나도 좀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 고3 때처럼. 진짜 이 걸 내가 열심히 해서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꿈을 가지고. 그렇게 살아본 지가 오래되서 꽤나 아득하긴 한데. 그래도, 조금 몸이 피곤하고 스트레스도 받고 그랬긴 했는데. 내가 하고 싶고, 해내고 싶은 일을 하는 편이 왜 이 일을 하는 지 모르겠으면서 그저 수동적으로 열심히하게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듯하다. 



방법은 두 가지 중 한 가지. 지금 하는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보고. 내가 평생을 걸고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나 자신을 설득해서 열심히 일 하는 것. 아니면, 조금은 불안정해도 내가 열심히 해볼만한 일을 찾아내고, 그 일에 매진해서 결국 성공시켜 내는 것. 



아마, 이 책이 그 두 가지 중 하나를 결정해야 될 때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 











2011년 5월 22일 일요일

[개밥바라기 별 - 황석영]을 읽고






실존은 본질에 우선한다.

-사르트르-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 책은 이 말을 깨닫기 위해 정말로 치열하게 고민했던

황석영 자신의 사춘기 시절을 담담하게 서술한 소설이다.

애초부터 학교에서 가르칠라고 드는 바람직한 학생상-너는 이렇게 살아야한다-

하는 주입식 인생관이 너무너무 싫었던 준-소설속의 황석영의 이름- 은

방황한다.  엄청나게 치열하게.

하긴, 눈 앞에서 자기 친구가 공권력의 총에 맞아죽는 걸 직접 봤는데,

공교육이 가르치는 바람직한 인간상이 되어 살고 싶었겠나.



학교를 며칠이고 안나가는 건 기본이고,

30일동안 돈 한푼없이 떠나는 무전여행에,

그냥 아무 계획없이 산속에서 친구들과 몇달 살아보기도 하고.

절에도 출가했다가,

막노동판, 고기잡이 배를 전전하며 몸으로 때우는 생활도 하고.

그 와중에 2번의 자살시도.




이 정도로 치열하게 사춘기 보낸 사람 없을꺼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강압적으로 주입하는 왜 사는가 라는 테제는 맘에 안 들었지만,

그렇다고 나는 이렇게 살아야겠다 라고 하는 대안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고등학생 시절에 신춘문예상이던가; 암튼 수상을 해서 문단에 등단할 정도로

뛰어난 문학창작 능력은 있었지만, 평생 자기가 글쓰기를 하고 살 건지,

그래야만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계속 공교육에서 삐딱선을 탔고, 퇴학따위.. 학교 다녀봐야 무슨 소용있나 그러다가도

막상 퇴학을 당하고 나니 엄습해오는 어마어마한 앞날에 대한 두려움.

나는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런 거 하나 모르는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죽어버리자.

내가 널 오늘 보내버린다.

그렇게 자살기도 2번.




절에 가서 수행을 해 봐도, 나가살아봐도 뭘 해봐도 모르겠던

'왜 사는가' 에 대한 해답은 같이 다니던 막노동판 아저씨의 한마디에서 얻어진다.




"씨팔, 사람은 누구나 오늘을 사는거야."



애초에, 내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다.

일단 태어났고, 살아가다 보니 이것저것 하게 되는 거.

그게 인생인데, 그런 인생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지.

내가 현재 태어나 살아간다는 실존이 정체가 뭔지 모를 나의 본질보다 우선인 거다.






그렇게 왜 사는가에 대한 해답과 치열했던 사춘기의 정당함을 얻고 월남파병을 가는 순간,

너무나도 힘들었던 사춘기에 애달픈 작별을 고하면서 소설이 끝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주입식 교육의 황태자; 라고 할 수 있겠다.

반항 한 번 안하고; 하란대로 다~ 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된다 그래서 공부 열심히 했고.

다른 거 생각하면 공부 못한다니까 다른 거 생각 안했고.

대학교 가면 뭐든 니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다고 해서 순진하게 다 믿었다.

왜 사는가, 어떻게 사는게 내가 살고 싶은 삶인가 에 대한 고민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냥 서울 공대 가는 게 인생의 목표였고.

그 이후에는 무조건 잘 될 줄만 알았지.







그러나, 사춘기는 미뤄둔다고 없어지는 게 아닌 걸.

나도 사춘기를 맞았다.

어떻게 살아야되지;

왜 살지.

계속 고민해오던 이 테제의 대한 해답을 이 책에서 살짝 발견했다.

씨팔, 누구나 사람은 오늘을 사는 거란 말이지.

애초에,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중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중에는 당연한 게 없다.

조금만 역사를 되돌려봐도, 그 때 당연했던 삶은 지금은 전혀 당연하지 않잖아.

이렇게 사는 게 성공한 삶이고, 저렇게 사는 삶이 실패한 삶이 아니다.

남들과 다르다고 내가 틀린게 아니란 말이지.








그래, 오늘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면 되는 거야.

대신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그렇게 살면 되는거야.